볼튼은 1일 자정(이하 한국시간) 열린 2009-2010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10라운드에서 첼시에 0-4 대패를 당했다. 지난 22일 칼링컵 경기에 이어 첼시에게 3일 사이에 두 번이나 0-4 참패를 맛본 볼튼이다. 원정과 홈을 오가며 당한 패배라는 점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멕슨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칼링컵 경기와는 다른 선수 구성으로 첼시와의 리그 경기에 임할 것임을 암시했었다. 그는 리그 경기에서는 경기의 템포를 조절할 수 있는 선수를 투입하겠다고 밝히며 날카로운 패스 능력과 빠른 돌파력을 지닌 이청용의 출전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그리고 모두의 예상대로 이청용은 멕슨 감독이 내린 선택의 중심으로써 선발 라이업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청용은 멕슨 감독이 칼링컵 경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중용한 변칙 전술로 인해 측면 미드필더가 아닌 중앙 미드필더로 보직 변경을 감수한 채 경기에 나섰다.
이청용의 넓은 시야와 패스 능력에 승부를 걸겠다고 계산한 멕슨 감독은 그를 중앙에 배치하며 경기의 템포 조절을 노렸다. 이 뿐만 아니라 이청용은 첼시를 상대로 하프타임을 통해 교체되기 전까지 팀의 코너킥과 프리킥까지 전담하며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맡았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이청용은 볼튼이 경기 시작 1분만에 공격 진영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직접 처리하며 감각을 조율했다. 그가 문전 앞으로 날카롭게 연결한 프리킥은 팀동료 타미르 코헨의 머리에 정확히 떨어졌고, 코헨이 머리로 방향을 바꾼 슛은 아쉽게 첼시의 골문을 살짝 넘겼다.
이후 이청용은 부지런히 필드 이곳저곳을 누비며 버거운 상대인 첼시에 맞선 볼튼의 허리진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프랑크 람파드, 미하엘 발락, 마이클 에시앙 등이 버틴 첼시의 단단한 미드필드진을 상대로 특유의 드리블 돌파, 혹은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진 패스를 시도하지는 못했지만, 빠른 문전 침투와 지칠 줄 모르는 수비 가담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청용이 아직은 낯선 잉글랜드 무대에서 중앙 미드필더라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기에는 부족한 점도 적지 않았다. 중앙 미드필더라면 필연적인 수비 가담에 나설 때면 불안한 장면이 연출됐다. 15분 에시앙이 이청용을 따돌리고 슈팅까지 날린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게다가 이청용은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문전 침투를 시도했지만, 동료들과의 호흡 부족으로 인해 득점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그는 측면보다는 다소 공간이 비좁은 중앙에서 최대 장점인 날카로운 드리블 돌파를 한 차례도 선보이지 못했다.
반면, 이청용이 비운 볼튼의 오른쪽은 주로 측면 수비수인 사무엘 리케츠가 활발 공격 가담을 통해 메우는 방식으로 공격이 전개됐다. 위치상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출격한 케빈 데이비스가 중앙으로 침투해 생기는 빈자리를 리케츠가 치고 올라가 메우는 형국이었다.
이에 리케츠는 전반전 불안한 대인방어를 펼친 첼시의 파울로 페레이라를 상대로 두 차례 정도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연결하기도 했다. 다소 헐거워 보인 첼시의 오른쪽 수비를 이청용이 상대할 기회조차 잡지 못한 점이 후회스러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멕슨 감독이 시도한 '이청용 시프트'는 볼튼이 전반 종료 직전 뜻하지 않은 불상사에 직면하며 틀여졌다. 수비수 제이로이드 사무엘이 페널티 킥을 헌납함과 동시에 퇴장을 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결국 사무엘이 내준 페널티 킥은 첼시의 람파드가 가볍게 성공시켰다. 이후 예상외로 팽팽하던 경기의 흐름은 첼시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고, 숫적 열세에 기세까지 꺾인 볼튼은 후반들어 내리 세 골을 추가로 허용하며 자멸했다. 반대로 첼시는 볼튼 원정 6연승을 달렸다.
또한, 사무엘의 퇴장은 멕슨 감독을 전반 종료와 함께 이청용을 교체시켜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갔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시점에서 시험 대상으로 새로운 과제를 받은 이청용보다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춘 리카르두 가드너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청용이 낙담할 필요는 없다. 멕슨 감독도 경기 후 현지 언론을 통해 "결과는 같았지만, 경기 내용은 칼링컵 때와는 전혀 달랐다. 오늘 경기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볼튼의 '이청용 시프트' 역시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청용이 첼시와의 '빅매치'를 통해 지난 시즌 볼튼의 간판 미드필더로 활약한 가드너를 제치고 선발로 나선 사실 자체에 근원하는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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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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