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가 함께 했으면 좋았을텐데…"
후반 20분 포항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김형일(25)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한참 후 일어나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지난달 30일 돌아가신 아버지께 바치는 아들의 가슴 아픈 골 세리머니였다.
2009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린 7일 도쿄국립경기장. K-리그 천적으로 불리는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와 일전을 앞두고 있는 포항 선수들 모두 우승에 대한 각오로 가득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앙 수비수 김형일의 각오는 남달랐다.
바로 아버지를 하늘로 떠나보낸 뒤 펼친 첫 경기였기 때문. 지난달 28일 카타르에서 열린 움살랄과 4강 2차전을 앞두고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은 김형일은 30일 입국하자마자 집으로 달려갔지만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봐야했다.
하지만 슬픔에 잠겨있을 틈이 없었다. 1일 수원 삼성과 K-리그 최종전은 결장하더라도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빠질 수가 없었다. 포항 동료들도 수원전에서 애도의 표시로 검은 띠를 매고 나섰다. 그리고 리그 2위 자리를 꿰차며 김형일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형일도 1일 장례가 끝나자마자 팀에 합류했다.
그런 김형일이 결국 일을 냈다. 1-0으로 앞선 후반 20분 오른쪽 측면에서 김재성의 크로스가 올라오자 몸을 뒤로 날렸다. 기어코 김형일의 머리에 맞은 공은 궤적이 심하게 꺾이면서 골망을 출렁였다. 후반 29분 모하메드 누르에게 1골을 내주면서 김형일의 골이 결승골이 됐다.
그리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김형일은 다시 눈물을 쏟았다. 김형일은 "아버지께서 항상 아들을 자랑스러워 하셨다. 아버지가 함께 했으면 좋았을텐데 먼저 떠나셨다"면서 "아시아 정상에 오른 것도 좋지만 아버지께 큰 선물을 드린 것 같아 더욱 기쁘다"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어 "순간 재성이형이랑 눈이 맞았고 수비가 나를 놓쳤다. 그래서 정확한 타점에서 헤딩을 했고 골로 연결됐다"고 골 상황을 설명한 뒤 "우리가 90분간 할 수 있는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하나로 똘똘 뭉쳤다. 공격부터 수비까지 모두 하나가 된 것이 우승 원동력"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grin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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