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를 시작페이지로


[스타데이트] 타율 2할2푼9리로 시즌 마친 이승엽의 고백

[중앙일보] 2009년 11월 24일(화) 오전 02:33

[중앙일보 최민규.김진경] 이승엽(33·요미우리·사진)이 17일 귀국한 뒤 자주 언급하는 숫자는 229다. “전 2할2푼9리 타자입니다.” 올 시즌 타율이 0.229임을 자조적으로 표시하는 말이다. 1년 전보다 훨씬 마른 몸으로 돌아온 이승엽은 21일 정운찬 총리 만찬 참석 등 몇 가지 행사를 치른 뒤 23일 운동을 시작했다. 서울에서 최희섭(KIA) 등 후배들과 산행을 하며 몸을 다진 뒤 대구로 내려가 본격적으로 겨울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2010년을 위해 이를 악무는 이승엽을 23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와의 인터뷰를 1인칭으로 정리했다.


아프진 않았다. 하라 다쓰노리 감독이 내 왼손 엄지손가락이 올해도 정상이 아니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나를 괴롭혔던 손가락 통증이 올해는 없었다. 아팠던 건 마음이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한국 대표까지 반납하고 준비했던 올 시즌이었다. 김인식 감독께서 “네가 안 가면 나도 가지 않겠다”고 하신 말씀, 잊을 수 없다. 나는 4월 3일 도쿄돔에서 히로시마 카프를 상대로 5번 타자 겸 1루수로 개막전을 치렀다. 개막 3연전 성적은 10타수 2안타. 시즌 첫 안타는 홈런이었다. 4월 7일 요코하마와의 원정 경기였다. 첫 두 타석에서 데라하라 하야토에게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5회 초 세 번째 타석에 설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감독의 교체 지시가 떨어졌다. 나 대신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는 기무라 다쿠야를 바라보며 쓸쓸히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쇼크였다. 그때부터가 문제였다. 프로야구에서 신인이나 2군 선수들은 ‘못하면 빠진다’는 두려움에 빠진다. 두려움에 지면 위축된다. 1995년 삼성에서 프로에 데뷔한 지 14년째, 우습게도 베테랑인 내가 위축됐다니. 나는 마음에서부터 지고 있었다.

타격에는 흐름이 있다. 식었던 타격감은 5월에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허리가 아파 왔다. 허리에 손을 짚어야 걸어 다닐 수 있었다. 트레이너는 휴식을 권했다. 하지만 쉴 수가 없었다. 배트가 너무 잘 맞았다. 그게 화근이었다. 통증이 사라지자 우습게도 타격감까지 떨어져 버렸다. 아팠을 때의 무리가 낳은 결과인지도 모른다. 방망이가 맞지 않자 구단은 7월 13일 나를 2군으로 내려보냈다.

2군은 주로 낮에 경기를 한다. 낮 경기를 치르고 집에 돌아오면 아들 은혁이가 TV로 요미우리 경기를 보다가 “아빠는 왜 집에 있어?”라고 묻는다. 2005년 태어난 아들은 ‘요미우리 선수 이승엽’만 알고 있다. 내 마음도, 아내의 마음도 찢어졌다. 하지만 한 번도 내색을 하지 않은 아내에게 고맙다. 귀국 전 2군은 교육리그, 1군은 미야자키 마무리 훈련을 떠났다. 도쿄 인근의 훈련장에는 재활 중인 투수들과 야수로는 나만 남았다. 실내훈련장에서 홀로 배트를 휘두르며 ‘승엽아, 네가 이것밖에 되지 않는 선수냐’라며 처량함을 삼켰다.

지인들은 위로를 한다. 몸 상태를 묻기도 하고, 구단의 냉정한 기용을 질타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연봉 6억 엔에 타율 2할2푼9리인 선수다. 모든 것은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한다. 나는 프로야구 선수다. 감독이 어떤 방식으로 선수를 기용해도 선수는 열심히 해 성적을 내면 된다. 내가 독한 마음으로 방망이를 휘두르고 모든 걸 이겨 냈어야 한다. 정신력에서 밀리는 선수가 제대로 방망이를 돌릴 수는 없지 않은가. 나약하고 위축됐던 나 자신을 반성한다. 내게는 은사로 모시는 야구 선배가 몇 분 있다. 하지만 그분들에게 조언을 구하진 않을 것이다. 어차피 길을 뚫고 가는 건 내 몫이기 때문이다.

글=최민규 기자, 사진=김진경 기자

● 이승엽 2009 시즌 일지 ※올 정규 시즌 성적은 타율 0.229, 16홈런·36타점

>>5월 25일~6월 7일 | 35타석 연속 무안타 >>7월 5~12일 | 24타석 연속 무안타 >>7월 13일 | 시즌 첫 2군행 >>7월 28일 | 1 군 승격 >>8월 3일 | 허리 부상으로 6일 만에 다시 2군행 >>10월 7일 | 두 달여 만에 1군 승격, 대타로 출전 >>10월 21일~11월 7일 | 포스트시즌 9경기 출전, 15타수 4안타(0.267)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com/center/reporter/

[☞ 중앙일보 구독신청] [☞ 중앙일보 기사 구매] [☞ 모바일 Joins]
[ⓒ 중앙일보 & Join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많이 본 뉴스 & 포토

종 합 스포츠 연 예 스타존
다음

주요 경기 일정&결과

야구 MLB 일본야구 축구 해외축구
다음

진행중인 스포츠 베팅

야구 MLB 일본야구 축구 해외축구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