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일본프로야구 새내기 이혜천(30.야쿠르트 스왈로스)이 이름 석 자를 일본에 확실히 알린 두 가지 사건이 있다.
하나는 주니치 드래곤스 간판 타자 모리노 마사히코와 벌인 빈볼 시비, 두 번째는 몸을 아끼지 않고 직선타를 맨손으로 잡은 호수비였다.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경기는 올해 국내에 중계가 안 됐으나 이혜천과 모리노의 설전, 이 때문에 양팀이 집단 몸싸움 일보 직전까지 간 장면은 인터넷을 타고 포털사이트에서 큰 화제를 뿌렸다.
이혜천은 지난 8월2일 도쿄 메이지진구구장에서 벌어진 주니치와 경기에서 3-3으로 팽팽히 맞서다 3점을 줘 3-6으로 끌려가던 연장 11회초 2사 2루에서 구원 등판, 첫 타자 모리노의 왼쪽 옆구리를 맞혔다.
6일 잠실구장 근처에서 만난 이혜천은 당시를 떠올리며 "일부러 맞히려던 건 아니나 여러가지 짜증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러다 모리노가 맞고 1루에 가면서 '왜 모자를 벗고 사과하지 않느냐'고 내게 큰소리를 치기에 내가 뛰어가면서 맞받았다"고 말했다.
동영상에는 이혜천이 모리노를 보며 '뭐'라는 말과 함께 한국말로 육두문자를 날리는 모습이 생생히 잡혔다.
둘의 싸움이 크게 번질 것 같자 양팀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이 뛰쳐나왔고 큰 불상사 없이 사태는 마무리됐다.
이혜천은 "경기 후 주니치에 있는 이병규 형한테서 전화가 왔다. 내가 도대체 한국말로 모리노에게 뭐라고 했는지 일본 선수들이 궁금해하더라며 물어왔었다"고 말했다.
위협구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이혜천은 "한번 공으로 맞혔더니 확실히 달랐다. 이전에는 몸쪽에 붙던 타자들이 타석에서 한 두발 물러났다.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대결한 모리노는 아예 타석에서 빠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타자들은 '몸이 생명'이라는 인식이 강해 워낙 잘 피한다. 이런 점을 이용, 몸쪽 위협구를 일부러 던지고 바깥쪽으로 유인하는 작전으로 후반기 재미를 봤다"고 덧붙였다.
투수는 몸쪽 승부를 즐겨야 대성할 수 있다는 뚝심을 보여준 셈.
이혜천은 "또 한 번은 상대가 때린 직선타가 내 왼손으로 오기에 맨손바닥으로 잡아 땅에 떨어뜨린 다음 1루에 던져 아웃시킨 적이 있다. 남들은 정면으로 타구가 오면 피하는데 맨손으로 잡았더니 동료가 나를 '돌아이'보듯 하더라. 훗날 동료로부터 이때 많이 감동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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