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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르트 투수 이혜천 "내년에는 선발로 도약"

[연합뉴스] 2009년 11월 07일(토) 오전 08:11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일본프로야구에서 첫해를 무난히 보내고 돌아온 왼손 투수 이혜천(30.야쿠르트 스왈로스)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이혜천은 소속팀이 센트럴리그 클라이맥스 시리즈 제1스테이지에서 주니치에 패해 탈락한 다음날인 지난달 20일 곧바로 귀국했다.

팀당 144경기씩 치르는 정규 시즌이 워낙 길었던 탓에 심신이 지쳤고 재충전이 필요했기에 곧장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혜천은 친정 두산 베어스 선수들을 만나고 고향 부산을 다녀오는 등 모처럼 여유를 만끽했다. 쉬는 동안에도 꾸준히 병원에 다니며 구단이 짜준 체력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컨디션을 계속 점검했다.

6일 송파구 잠실구장 인근에서 이혜천을 만나 일본에서 1년을 보낸 소감을 들었다.

이혜천은 "무난한 한 해였다"면서 "내년에는 구종을 2개 더 늘려 선발로 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야쿠르트는 두산처럼 가족적인 분위기

1998년 두산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10년을 뛰고 일본으로 넘어간 이혜천은 "야쿠르트는 두산처럼 가족적인 분위기여서 적응하는데 크게 어렵지 않았다"며 말을 시작했다.

적극적인 성격인 이혜천은 "말은 안 통해도 손짓, 발짓을 해가며 선수들에게 활발하게 다가갔다. 선수들에게는 한국말도 가르쳐주고. 일본 선수 중에서도 장난을 잘 치는 선수가 많다. 그런 선수들과 어울리면서 편하게 팀 일원이 됐다"고 소개했다.

"일본에서는 감독과 선수가 한 자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도 많다"던 이혜천은 "어린 후배들이 내 앞에서 담배를 피우려 할 때는 한국에서처럼 '형! 담배 피울게요'라고 말하도록 일본 선수들을 '교육'시켰더니 나중에 (임)창용이 형이 '내년에는 네가 주장을 하겠구만'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며 웃었다.

야쿠르트 내야진은 위기 상황에서 이혜천이 등판하면 마운드에 한데 모여 이혜천으로부터 배운 한국말로 '이혜천 파이팅'을 외칠 정도라고 한다.

팀의 간판선수인 미야모토 신야, 아오키 노리치카는 원정지에서 밥을 먹으러 나갈 때 꼭 이혜천을 챙겼고 이혜천은 동료 덕분에 빨리 팀에 융화했다.

이혜천은 "코치에게도 똑같이 행동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난 일본 야구를 배우러 왔지 여기에서 살 사람이 아니다'면서 적극적으로 물었더니 일본 코치들도 마음을 열고 여러 비결을 알려줬다"고 덧붙였다.

◇이혜천 효과..다카다 감독 싱글벙글

이혜천은 "다카다 시게루 감독과 아라키 다이스케, 이토 도모히토 투수코치들은 나를 볼 때마다 배시시 웃거나 꼬집는다"며 남다른 신뢰를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혜천은 올해 42경기에 등판해 1승1패1세이브, 12홀드를 남겼고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했다. 같은 팀 수호신 임창용(33)에 이어 일본 데뷔 첫해 성적이 괜찮았던 역대 두 번째 투수다.

불펜에 힘도 보탰지만 이혜천은 '가짜 선발' 노릇을 톡톡히 해 팀이 승리를 올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혜천은 "우리 팀 고정 선발은 다테야마 쇼헤이, 이시카와 마사노리, 요시노리 등 3명이었다. 나머지 선발 요원은 불펜 요원 중에서 추렸고 나 또한 선발 후보였다"고 털어놨다.

이어 "적어도 경기 전 타순표를 교환할 때까지 난 '위장 선발'로 많이 이름을 올렸다. 내가 선발인 척하면 상대팀은 좌타자를 타순표에서 뺐고 그 덕분에 우리 팀이 재미를 봤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센트럴리그는 아직도 선발투수 예고제를 하지 않는다. 미리 선발투수를 밝히면 경기의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이혜천은 다카다 감독의 작전에 따라 경기 전 훈련할 때 마치 선발 투수인 양 행동, 상대 팀에 혼돈을 줬다. 그러면 대적할 팀은 좌타자를 빼고 오른손 타자 일색으로 타순을 꾸리고 야쿠르트는 이를 역이용, 오른손 투수를 선발로 내보내는 식이다.

이혜천은 "나를 계속 선발투수로 착각해 3연전을 모두 진 팀도 있다"며 고소한 표정을 지었다.

"왼팔의 각도가 휘어져 나오기에 왼손 타자들이 내 공을 잘 때리지 못한다"던 이혜천은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요미우리), 가네모토 도모아키(한신) 등 리그를 대표하는 좌타자들과 대부분 한 번 이상 대결했고 자신감을 얻었다"며 좌타자 전문 구원투수로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1군에 왼손 중간 계투가 자신뿐이어서 힘들게 불펜을 지켰던 이혜천은 내년 이시이 히로토시가 부활해 계투진에 가세하면 선발로 돌아설 전망이다. 이시이는 한 때 야쿠르트 마무리를 맡았던 좌투수다.

이혜천은 "싱커를 6개월간 연마했으나 실전에서는 한 번도 던지지 않았다. 이번 겨울에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왼손타자에게 던지는 슬라이더성 포크볼도 더 가다듬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투수력은 한국이 위, 타격은 일본이 우세

이혜천은 선동열(삼성 감독), 이종범(KIA), 이상훈(전 SK) 등 한국을 평정하고 일본에 진출했던 스타들과 전혀 다른 부류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보지 못했던 평범한 선수이다.

국내 통산 성적이 53승40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4.16이고 10승을 넘긴 해가 한 번도 없었지만 희귀한 왼손 투수라는 이점만으로 대한해협을 건넜고 올해 성공 가능성을 알렸다.

최고는 아니었지만 자신의 스타일을 오롯이 지켜 새로운 희망을 안긴 이혜천의 말은 그래서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혜천은 "투수는 한국이 일본보다 앞선다는 걸 실감한다. 일본 투수들의 '칼날 제구력'은 다 옛말이다. 제구력이 좋은 투수들은 한국에 더 많은 것 같다. 또 야쿠르트에 1~2군을 합쳐 왼손 투수가 14명 있는데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아 구단에서 정리의 칼을 뽑아든 것도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대신 타자들의 정확성은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이혜천은 "장타력은 한국에 뒤지나 정확성, 투수들을 괴롭히는 능력은 일본이 탁월하다. 일본 타자들은 포수의 미트 안에 들어간 공마저 빼내서 파울로 때려낼 정도로 끈질기다. 나도 한 타자에게 공 15개를 던져봤지만 나중엔 피곤해서 그냥 볼넷으로 내보내고 싶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편 주니치 드래곤스에서 방출당한 이병규(35)에 대해 이혜천은 "타격 때 병규형의 손목힘은 일본에서도 대단하다고 정평이 났다. 아마도 데려가려는 팀이 많을 것"이라며 일본 잔류를 조심스럽게 점쳤다.

cany99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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