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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37세 박찬호, 포크볼과 재기 어떤 연관이 있을까

[스포츠조선] 2009년 11월 06일(금) 오후 02:49
 5일(이하 한국시각) 끝난 월드시리즈에서 아쉽게도 필라델피아 박찬호의 염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 야구팬들은 73년생, 만 36세의 박찬호가 보여주는 재기 시나리오의 완결판을 감상할 수 있었다. 월드시리즈 4경기 성적은 3⅓이닝 13타자 상대, 2안타 1볼넷 탈삼진 3개에 무실점.

 마이너리그를 전전했던 게 불과 2년여 전의 일이다. 그랬던 박찬호가 지금은 우리나이 37세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싱싱한 공을 뿌리며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핵심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도 153㎞를 기록했다.

 박찬호는 어떻게 나이를 잊은 좋은 공을 던지고 있는 것일까. '노력과 훈련'이라는 당연한 이유 대신 색다른 접근법으로 포크볼에서 그 해답을 찾아봤다.

손가락에 공 안 끼고 던져 어깨 부상 없이 '롱런'

 ▶이순철 위원과 포크볼에 대한 견해

 이순철 MBC ESPN 해설위원은 평소 "어려서부터 포크볼 많이 던진 투수치고 오래 가는 선수를 못봤다"고 말한다. 근본적으로 팔꿈치에 무리가 가는 구질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이순철 위원에게 질문했다. 포크볼은 대체 왜 위험한가.

 이 위원은 "손가락을 벌려 공을 끼고 던지는 게 포크볼인데 실밥을 채지 않고 던지는 구질이다. 때문에 던질 때 팔 전체가 지렛대 역할을 하지 못하고 허공에서 퉁퉁 튕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팔꿈치에, 또한 어깨에 무리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투수훈련 가운데 섀도피칭이 있다. 섀도피칭을 할 때에도 반드시 수건을 잡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얘기였다. 전지훈련지에선 때론 나뭇가지를 잡고 섀도피칭을 하기도 한다. 손끝이 일종의 중력을, 무게감을 느끼면서 던져야 팔 전체에 힘이 분산되는데 손끝에 걸리는 게 없으면 곧바로 팔꿈치나 어깨로 모든 힘이 걸리게 된다. 이 위원은 "LG 이동현 같은 케이스가 어려서부터 포크볼을 배워 입단한 뒤에 결국 그것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말했다.

  ▶손가락 사이에 끼지 않는 박찬호

 포심패스트볼 외에 박찬호의 대표 구질은 싱커,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이다. 그의 싱커는 투심패스트볼로 봐도 무방하다. 커브를 구사하는 비율은 낮아졌다.

 90년대 후반 LA 다저스에서 최전성기를 맞았을 때에는 커브와 체인지업 등이 직구 이외의 주요 변화구였다. 몇년 전 잠시 박찬호가 포크볼을 배워보려 한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지만 실전에서 주요 구질로 채택한 적은 없었다.

 박찬호의 부상 경력을 살펴보면 또하나 공통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한번 다치면 10년 후에까지 스카우팅리포트에 주요 체크사항으로 기재되는 어깨와 팔꿈치 쪽 부상이 단 한차례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박찬호가 부상자명단에 올랐던 적이 모두 7차례 있었다. 오른쪽 햄스트링→오른쪽 중지→허리→허리→허리→복통→장출혈 및 수술 등 모든 원인은 팔이 아닌 다른 쪽이었다.

 2000년대 들어 텍사스 시절에 고생했던 것도 근본적으로 허리 통증에서 비롯됐다. 물론 박찬호가 재기에 성공한 것을 단순히 '포크볼을 던지지 않아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설명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건 충분히 유추해볼 수 있다.

  ▶슬라이더와 다저스의 충고

 박찬호가 미국에 처음 건너갔을 때 팔꿈치에서 뼛조각이 발견됐다. LA 다저스는 "위험할 수 있으니 슬라이더는 포기하라"고 충고했다. 슬라이더 역시 던질 때 팔을 비틀기 때문에 팔꿈치에 무리가 갈 수 있는 구질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초창기 박찬호의 주요 구질은 포심패트스볼 외에 커브와 체인지업이었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137~139㎞짜리 슬라이더를 여러 차례 선보였지만, 슬라이더를 던지기 시작한 건 대체로 지난해부터였다.

 박찬호가 다저스에서 자리를 잡아갈 때 왼손타자 상대로 많이 던진 구질이 바로 슬러브다. 커브처럼 각이 크면서도 슬라이더처럼 빠르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때 슬러브 역시 슬라이더가 아닌 커브 그립으로 잡고 던진 것이었다.

 요즘 많이 써먹고 있는 145㎞ 안팎의 싱커(역회전 투심 패스트볼)와 체인지업 등은 박찬호의 특기인 동시에 어깨와 팔꿈치에 부담을 주지 않는 구질이기도 하다. 2000년대 중반까지 본인을 괴롭힌 허리 통증에서 거의 벗어난 박찬호는 그래서 싱싱한 팔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셈이다. 이순철 위원은 "미국 아마추어 지도자들은 어린 선수들에게 포크볼이나 슬라이더 대신 투심패스트볼, 체인지업을 던지도록 가르친다"고 말했다.

 <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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