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두 번씩이나 행운을 안겨준 '18번홀' 얘기가 나오자 최나연의 목소리는 살짝 들떴다. "11m 어프로치 샷을 남겨두고 캐디에게 '나 오늘 정말 이상해. 하나도 안 떨려'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캐디가 뭐랬는 줄 아세요?"
캐디 폴 푸스코는 최나연에게 "이제 알겠지? 첫 번째 우승이 힘들지, 그다음부터는 이렇게 달라지는 거야. 넌 오늘 진정한 챔피언이야"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는 것이 그의 얘기였다.
1일 스카이 72 오션코스 18번홀에서의 최나연은 LPGA 첫 우승을 했던 지난 9월 22일 삼성월드챔피언십 18번홀의 최나연과는 전혀 다른 선수로 바뀌어 있었다. 비슷한 상황에서 세 번째 샷을 앞둔 지난 9월 22일 최나연은 캐디에게 "나 정말 떨려서 못 치겠어. 좀 도와줘"라고 말하고 있었다. 불과 40일 만에 최나연은 이렇게 변해 있었다.
하지만 최나연에겐 40일 전이나 1일이나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도 있었다.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 짓는 버디를 잡고도 그다지 기뻐하지 않고 사내처럼 씩 웃고 마는 모습이 그랬다.
최나연은 "아빠도 제발 좀 웃고, 버디 잡으면 기뻐하고, 팬들에게 손도 흔들어 보이라고 그러세요. 나중엔 야단까지 치시더라고요. 그런데 전 웃으면 집중이 안 돼요. 프로니까 노력은 해보겠지만, 금방은 못 고칠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화 한 가지를 소개했다. "그런데 제가 좀 남자같이 생기지 않았나요? 고등학교 때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여자 화장실에 가면, 남학생이 들어온 줄 알고 기겁을 해서 뛰쳐나가는 사람도 있었는데. 히히."
최나연은 첫 우승 후 광고도 몇 건 찍었다. "저 하나를 위해서 머리도 만져주시고, 화장도 해주시고 그러니까…'나 정말 스타 됐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색다른 느낌이에요."
1일 스카이 72 골프장엔 그의 대원외고 동창들도 응원을 왔다. "경기 끝나고 만나서 모처럼 수다를 떠는데, 친구들이 '네가 이렇게 유명한 스타인 줄 처음 알았다'고 그러는 거예요." 최나연은 "친구들의 말을 들으며 '54전 55기' 끝에 얻은 우승과 자신감이 이렇게 많은 걸 바꿔 놓을 줄 몰랐다"고 했다.
"대원외고 시절 얻은 '얼짱 골퍼'란 별명이 처음엔 쑥스러웠지만, 지금은 제2의 이름처럼 너무 좋다"는 최나연에게 자신이 느끼는 첫 우승 후와 전의 차이점에 대해 물었다. "예전엔 짧은 퍼팅을 하거나 어프로치 샷을 할 때 긴장 때문인지 늘 나쁜 결과가 머리에 떠올랐는데,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샷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민학수 기자 haksoo@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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