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그럴 것이 200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이후 무려 54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우승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고 우승권과 아예 거리가 먼 선수도 아니었다. 꽤나 잘하는 선수였다. 특히 1,2라운드 초반에는 항상 우승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다 3라운드 이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곤 하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최나연, "그땐 그랬지"
기복 없는 플레이로 치자면 감히 신지애도 최나연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지난해 27번의 대회 모두를 컷(예선) 통과했고 이 같은 꾸준함은 올해도 이어져 22번의 공식대회 전부를 생존했다.
그야말로 초반 라운드의 지존이다. 꾸준하고 안정적이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기만성형이 바로 최나연이었던 것이다.
꼭 하나 부족한 점을 꼽으라면 우승 징크스였다. 최나연은 2008년 데뷔 해부터 예사롭지 않은 선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우승이 없어 애를 태웠다.
2008년은 루키로 에비앙 마스터스와 사이베이스클래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신인왕 경쟁에서는 대만의 청야니에 이어 2위에 올랐고 총상금만도 100만9,500만달러를 챙겼다.
2009년에는 더 돋보였다. US여자오픈 1라운드 단독선두, 에비앙마스터스 1라운드 공동선두,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 3라운드까지 선두 등등 주요대회 1,2라운드에는 항상 최나연의 이름이 존재했다.
불운의 끝은 지난 9월말 '별들의 전쟁' 삼성월드챔피언십이었다. 당시 우승은 단순한 첫 승의 의미를 뛰어넘었다. 결국에는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것은 엄청난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냉철한 승부사로 변신
11월1일(현지시간) 인천 영종도에서는 LPGA 투어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이 막을 내렸다. 시즌 2승째를 거머쥔 최나연이 안방마님으로 등극했다.
고국무대를 다시 찾은 최나연은 정말 많이 달라져 있었다. 이보다 더 당당하고 침착할 수 없었다.
최종라운드 내내 깜짝 놀랄 만한 공격적인 샷으로 경쟁자들의 기를 죽였다. 새가슴은커녕 냉정한 승부사의 표정 그 자체였다. 약 3만의 구름같은 갤러리들의 함성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황한 쪽은 백전노장인 마리아 요르트였고 그는 결국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 채 스스로 무너졌다. 최나연은 운명의 18번홀 마치 타이거 우즈를 연상시키는 듯한 담대한 웨지샷으로 승부를 갈랐다.
이렇게 침착하고 공격적인 선수가 어떻게 그동안 새가슴이니 뒷심부족이니 하는 오명을 쓰고 살았는지 심히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지존의 영역 넘보다
경기 뒤 궁중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온 얼짱 최나연은 "우승을 못했을 때는 떨렸지만 요즘은 자신감이 넘친다. 짧게 치던 퍼트도 홀을 지나칠 만큼 과감해졌다. 실패라는 단어는 머릿속에서 사라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때 1,2라운드 최나연과 3,4라운드 신지애를 합치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성골퍼가 탄생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았다.
이제는 아니다. 1,2라운드 절대강자 최나연이 두둑한 뒷심까지 갖춰 신지애의 영역을 넘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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