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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의 타격연구실⑦] 파퀴아오-카마초, 스피드의 달인들

[엠파이트] 2009년 11월 04일(수) 오후 02:27
왼손잡이 파이터들을 설명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선수는 바로 헥터 카마초(푸에르토리코)다. 다음은 헥터 카마초의 동영상이다.

전체를 통 털어 상위 10위, 그리고 그 중에서도 10% 안에 드는 스피드를 가진 왼손잡이의 출현 확률은 100분의 1 이하일 것이다. 1% 라면 1000 분의 1, 카마초는 최소 100명 많게는 1000명 중 단 1명인 복서였다. 그가 구현한 방법론을 관찰해 보자.

1986년 6월 13일 메디슨 스퀘어가든 헥터 카마초 대 에드윈 로사리오.

1/5
http://www.youtube.com/watch?v=_8VArgF5aY0
2/5
http://www.youtube.com/watch?v=OFMkXq_C8G0
3/5
http://www.youtube.com/watch?v=lEEclKo9Ry8
4/5
http://www.youtube.com/watch?v=Okew_k9SQqc
5/5
http://www.youtube.com/watch?v=IM53luI1260
카마초는 87전 79승 38KO 5패 3무승부의 전적을 기록했고, WBC 슈퍼 페더급과 라이트급의 두 체급(마이너기구 포함 4체급) 정복을 달성했다. 천재적인 재능으로 전성기에 받았던 세계적 기대에 비해 쌓아올린 업적은 다소 초라하다. 사생활이 문제였다는 설이 있다.

카마초는 자신의 앞손 방향으로 돌아나가는 발놀림과 앞손인 라이트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카마초 만을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준수한 스피드를 가진 아웃복서처럼 보인다. 그러나 상대하는 오른손잡이의 입장에서 카마초는 그 정도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거울에서 뛰쳐나온 이종 복싱 생명체였기 때문이다.

카마초는 앞손인 라이트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는데, 더블잽, 트리플잽(심지어는 잽 4연타, 2라운드에 등장)과 레프트 강타를 매우 효과적으로 연결해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는 라이트로 바디를 공략하는 장면도 카마초의 복싱에선 자주 등장한다.

문제는 카마초가 자신의 오른쪽으로 움직이면서 라이트를 쏘기 때문에 상대하는 오른손잡이의 입장에서 보면 카마초의 라이트잽을 막고 자신의 라이트 오버핸드로 카운터를 치려하지만 이미 카마초는 왼쪽으로 멀리 사라져 버린 이후가 된다. 스피드가 카마초에 비해 떨어지는 선수(당대의 선수 거의 대부분)의 입장에서는 카마초의 이러한 움직임에 의해 라이트의 활용도가 위축된다고 볼 수 있다.

이 경기에서 해설자는 에드윈 로사리오에게 더 많은 레프트 훅을 주문하고 있다. 즉 로사리오의 왼쪽방향으로 돌아 빠져나가며 라이트를 던지는 카마초의 의도를 분쇄하기 위해서는 레프트훅이 효과적이라는 것.

다음은 잽 주다와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미국)의 경기 장면이다.

http://www.youtube.com/watch?v=lcIpH_769Rg
위 영상의 4분 20초 지점에서 해설자의 언급을 주목해 보자. 짐 림플리와 래리 머천트의 최강콤비에 레녹스 루이스가 참여한 올스타급 해설진이다.

레녹스 루이스 : 어떤 이유에서인지 메이웨더는 지금 레프트훅과 더블레프트훅으로 주다를 공략하고 있군요. 그는 아마도 그러한 공격이 사우스포를 상대로 효과적일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래리 머쳔트 : 많은 사람들이 레프트 훅이 심지어는 라이트보다 사우스포를 상대하기에 좋은 기술이라고 믿습니다.

레녹스 루이스 : 양손이 다... 제 생각에는 레프트-라이트 콤비네이션이 그것(사우스포를 상대하기 좋은 기술)인 것 같네요.

주다와 메이웨더 주니어의 경기는 머천트의 언급처럼 오른손잡이의 레프트 훅과 왼손잡이의 라이트 훅이 충돌하던 양상이었다. 물론, 서로의 주포에 의한 강타도 상호간에 자주 시도 됐지만 확실히 경기의 중심은 앞손에 실려 있었다고 볼 수 있다. 2006년 4월에 있었던 위 경기의 승자는 아시다시피 메이웨더 주니어였다.

다음은 침략자 매니 파퀴아오(필리핀)가 웰터급의 세도가 중 한 명인 리키 해튼(영국)의 영지를 초토화 시키는 장면이다.

http://www.youtube.com/watch?v=tcUXK0y_-7E
56초 지점 첫 다운이 나던 상황, 파퀴아오의 라이트 훅이 해튼의 레프트 훅 내각을 날카롭게 베고 있다. 필자의 표현력을 상회하는 멋진 장면이다. 뭐라고 할 말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다음은 태국이 낳은 불세출의 거물복서, 카오사이 갤럭시(태국)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원래는 좀 더 앞에, 즉 왼손잡이 얘기를 시작하던 부분에 들어가야 할 내용인데 어리석은 필자가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하여간에 이 선수가 자신의 레프트로 상대의 복부를 공략하는 장면들에 유의하자. 특히 42초 지점에 나오는 카운터로 직격된 레프트를 명치에 받은 상대가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장면은 처참하기까지 하다.

http://www.youtube.com/watch?v=7370k-7n0HU
카오사이 갤럭시(50전 49승 43KO 1패)는 1984년 WBC 슈퍼페더급 벨트를 차지한 후 1991년 은퇴할 때까지 19차례의 방어전에서 승리했고, 19명의 도전자중 16명에게는 종료 공소리를 들려주지 않았다. 벨트를 가진 채 영광스럽게 은퇴한 그는 복싱 역사상 가장 지배적이었던 챔피언 중 한명으로 알려져 있으며, 1999년 복싱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됐다.

왼손잡이를 상대할 때, 복싱은 매우 근본적인 부분에서 변화가 발생한다. 발놀림의 목적과 형태가 달라지고 움직임의 방향, 리듬, 타이밍이 오른손잡이끼리의 대결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무엇보다도 공격 기술 자체의 운용을 전혀 다른 형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왼손잡이와의 경기에서 시퀀스의 구성은 전혀 다른 형태의 조합으로 나타나며 오른손잡이의 입장에서 이러한 왼손잡이에 대한 대응능력을 기르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는 것 정도가 여기까지의 결론 되겠다.

같은 복싱에서도 왼손잡이라는 점 하나 때문에도 이렇게 많은 차이점들이 발생하고, 각각의 차이점들은 선수에게 '적응능력'을 요구한다. 많은 선수들이 이러한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반면에 이러한 상이성, 즉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의 서로 다른 속성을 생각대로 하면 된다는 식으로 구사했던 선수가 있다.

바로 '마블러스' 마빈 헤글러다. 다음 편에서는 헤글러의 절기 '스위치 복싱'에 대해서 이야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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