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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쥐락펴락 귀화혼혈선수 ´양날의 검´?

[데일리안] 2009년 11월 17일(화) 오전 08:44
[데일리안 이준목 기자]‘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어머니의 나라를 찾아온 귀화혼혈스타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올 시즌 귀화혼혈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선발된 5인방 중에서 현재 팀 내 확실한 주전 입지를 구축한 선수는 전태풍(KCC)과 이승준(삼성), 그리고 문태영(LG)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저마다 개인기량 면에서는 의심할 나위없는 특급으로 인정받으며 일찍부터 돌풍을 예고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이들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개인기는 좋지만 아직 한국농구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했거나, 무리한 욕심으로 인해 팀플레이를 망친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기 때문.

◇ 전태풍은 잘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한 번씩 사고를 쳤다. ⓒ 전주 KCC

전태풍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지난주 3경기에서 18.0점/5.0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연승을 진두지휘했다. 코트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득점력과 노룩패스 등 환상적인 개인기는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시즌 초반에 지적받았던 동료들의 움직임을 살피는 포인트가드로서의 마인드도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잘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한 번씩 사고를 쳤다. 초반 경기가 잘 풀리다 보면 마음이 들떠서 무리한 플레이를 남발하기 일쑤였다. 12일 모비스전과 14일 삼성전에서 KCC는 박빙의 승부를 펼치다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내내 잘해주던 전태풍이 막판에 경기조율 면에서 실책성 플레이를 남발한 게 치명타였다.

모비스전에서 전태풍은 3점차로 뒤진 2.7초전 3점슛을 노려야 할 마지막 찬스에서 골밑에 있는 하승진에게 패스하는 어이없는 플레이로 마지막 슛 한번 못 쏴보고 마지막 공격권을 날려버리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KCC전에서도 4쿼터 하승진과 마이카 브랜드가 버틴 높이의 우위를 활용하지 못하고 무리한 개인 돌파와 3점슛에 의존하다가 역전패의 빌미를 자초했다. 허재 감독은 경기 내내 전태풍의 무리한 플레이를 강하게 질타했지만 몸에 밴 습관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다.

이승준도 공격에 비해 수비나 리바운드 등 궂은일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기당 15.8점을 기록하고 있는 이승준은 파워포워드로서 종종 골밑에서 센터인 테렌스 레더와 동선이 겹친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해 골밑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던 레더와 시너지 효과를 연출하지 못하다보니 잔 실수가 많고 높이의 위력이 떨어진다.

이승준은 전태풍과 맞붙었던 지난 KCC전에서 숨겨둔 외곽슛 능력을 발휘하며 가능성을 선보였다. 이승준은 이날 레더가 빠진 골밑을 잘 지켜냈고 공격에서는 무려 3점슛 4개를 성공시켜 KCC의 강력한 높이와 지역방어를 무력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날 이전까지 이승준은 지난 11경기에서 총 5개의 3점슛을 시도해 1개만을 성공시키고 있었다.

문태영은 현재 귀화혼혈선수 중 개인성적 면에서는 단연 독보적이다. 시즌 개막전만 해도 이승준과 전태풍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려졌지만 경기당 21.5점(전체 2위), 7.2리바운드(전체 4위)로 국내선수 중에서 MVP급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양날의 검이다.

LG는 올 시즌 9승 4패를 기록 중이지만 문태영이 20점 이하를 기록한 경기에서는 2승 3패에 그치고 있다. 올 시즌 최저인 6득점을 기록했던 지난 10일 KCC전에서 LG를 힘 한번 못써보고 시즌 최다점수차(66-95) 대패를 당했다.

◇ 귀화혼혈선수들도 이런 주문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막상 경기에 나서면 습관적으로 개인플레이가 나오는 경우가 빈번하다. ⓒ 창원 LG

14일 SK전에서는 문태영이 24점을 넣었지만, 승부처인 4쿼터에서 상대의 기습적인 더블팀에 막혀 단 2점에 그쳤고, LG는 10여점 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초반 동료들과의 연계플레이에 주력하던 문태영도 최근 몇 경기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개인플레이에 욕심을 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많은 이들은 귀화혼혈 선수들의 뛰어난 개인기와 공격적 성향을 한국농구 스타일의 팀플레이와 조화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귀화혼혈선수들도 이런 주문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막상 경기에 나서면 습관적으로 개인플레이가 나오는 경우가 빈번하다. 외국에서 대부분의 선수생활을 보낸 이들은 몸에 배인 농구습관이 있는 데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기 때문에 플레이스타일에 대한 주관이 강한 편이다. 여기에 주목받는 입장에서 단시간에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도 강하다.

귀화혼혈선수들의 출중한 개인능력을 굳이 억누를 필요는 없지만, 이들이 홀로 볼을 잡는 시간이 늘어나고 득점이나 개인기록에 대한 욕심이 늘어날수록 팀플레이에는 오히려 해를 미친다는 지적이다. 이들의 개인플레이 성향을 통제하고 팀플레이어와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것은 국내 코칭스태프에게는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귀화혼혈선수들의 존재로 강력한 우승후보 0순위에 꼽혔던 삼성과 KCC는 올 시즌 5할을 간신히 넘기는 승률로 고전하고 있고, LG도 초반 상승세가 무색하게 최근 4경기에서 1승3패에 그치고 있다. 귀화선수들에 의해 명암이 엇갈리고 있는 각 팀의 성적표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또 다른 귀화선수 박태양(KT)과 원하준(KT&G)은 아직 한국적인 농구에 적응하지 못한 데다 팀 내에서도 주전경쟁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잘 쓰면 대박, 못 쓰면 쪽박’이 될 수도 있는 귀화혼혈선수 효과를 등에 업고 마지막까지 웃는 팀은 어디가 될 것인지 주목할 만하다. [데일리안 = 이준목 기자]
데일리안 스포츠 편집 김태훈 기자 [ ktwsc28@dailia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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