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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북’ 전자랜드…느림보 코끼리의 한계?

[데일리안] 2009년 11월 05일(목) 오전 09:30
[데일리안 이준목 기자]7연패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1라운드를 마친 인천 전자랜드(1승8패)의 초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전자랜드는 4일 울산 동천체육관서 벌어진 ‘2009-10 KCC 프로농구’ 모비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힘 한번 못써보고 70-93 대패, 올 시즌 최다점수차 패배의 수모를 당했다.

지더라도 어느 정도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지난 경기들과 달리 이번에는 1쿼터(13-33)부터 일찌감치 승부가 갈렸다.

모비스의 외곽슛과 속공에 무려 33점을 헌납하며 ´자동문 수비´를 드러낸 전자랜드는 경기 내내 10~20여점 차로 끌려 다닌 끝에 변변한 반격도 못해보고 무릎을 꿇었다.

◇ 전자랜드는 ´6강 보증수표´ 서장훈을 보유했지만 제대로 뒤를 받쳐주지 못하며 높이의 위력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 인천 전자랜드


느림보 코끼리가 되어버린 전자랜드

올 시즌 전자랜드는 충분히 플레이오프를 노릴만한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PO 보증수표’ 서장훈을 비롯해 김성철, 황성인, 정영삼, 이한권 등 지난해 5년만의 6강행을 이끈 주력 멤버들이 모두 건재한 데다 신인드래프트 1순위 박성진, NBA출신 아말 맥카스킬과 크리스 다니엘스 등 검증된 외국인 선수들까지 가세, 지난해보다 전력의 짜임새가 더 좋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용은 전력과 비례하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 호화 전력이지만 실상 수비와 조직력에서의 문제가 심각한 게 전자랜드의 현주소다.

전자랜드는 경기당 82.2점(5위) 32.8리바운드(4위)로 공격력과 높이는 중상위권이지만, 실점이 무려 88.6점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높다. 여기에 실책도 무려 14.2개로 전체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게다가 2점슛 허용률이 59.7%(7위)고, 3점슛 허용률은 무려 40.8%(10위)에 육박한다. 이 정도면 상대가 공격할 때 수비하는 것이 아니라 ‘환영’하는 수준이다.

전자랜드 수비의 최대약점은 바로 ‘스피드’다.

서장훈, 맥카스킬, 다니엘스로 이어지는 3명의 2m대 빅맨을 보유하고 있지만, 문제는 이들 모두 신장 대비 최악의 기동력이라는 점이다. 이렇다보니 전자랜드는 팀 속공(18개)도 리그 최하위다.

기본적으로 공수전환 시 백코트가 제대로 되지 않아 속공을 헌납하는 것은 물론, 정상적인 지역방어나 맨투맨 시에도 적절한 도움수비나 로테이션이 이뤄지지 않아 상대에게 오픈 찬스를 내주는 경우가 빈번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올 시즌 엘리펀츠로 팀명을 바꾼 전자랜드는 말 그대로 ´느림보 코끼리´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에이스 서장훈이 경기당 20.6점 7.9리바운드로 일단 기록에서는 화려하지만 정작 1대1 개인능력에 의존한 득점일 뿐, 팀플레이로서는 영양가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득점력은 여전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수비와 궂은일에서 약점이 두드러지는 데다 점점 외곽으로 빠지려는 경향이 있어 수비나 박스아웃 시 상대에게 공간을 너무 쉽게 허용하는 경우가 많다.

서장훈을 보유한 팀의 딜레마는 그의 공격력을 살리기 위해 다른 동료들이 수비나 로테이션에서 뒤를 받쳐줘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SK나 삼성 시절과 달리, 전자랜드에서는 이러한 역할분담도 제대로 되지 않아 높이의 위력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전자랜드의 암울한 미래 ‘대안은 있나’

물론 팀의 부진이 서장훈만의 잘못은 아니다. 전자랜드는 전반적으로 국내 선수들의 연령대가 고령화되어있다.

2억원대 이상의 고액연봉자가 팀 내에 무려 4명이나 되지만, 최근 몇 년간 서장훈을 제외하고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준 선수가 전무하다. 지난해 ´서장훈 효과´에 힘입어 6강에 한 차례 가기는 했지만, 그간의 투자에 비례된 성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김성철, 황성인, 이한권은 올해도 롤러코스터를 오르내리는 경기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해가 갈수록 기량이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인다. 3년차 정영삼은 어깨부상의 후유증에서 자유롭지 않다.

신인 박성진이 그나마 외곽슛에서 활로를 열어주고 있지만 홀로 팀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힘에 부친다. 가용자원은 많지만 적재적소에서 제 역할을 해주는 선수는 별로 없는 로스터의 비효율성이 두드러진다.

올 시즌 첫 지휘봉을 잡은 박종천 감독의 지도력도 벌써부터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박 감독은 높이와 스피드의 조화를 팀의 색깔로 내세웠지만, 정작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둘 중 어느 하나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선수들의 개인능력에 의존하는 공격은 단조롭고, 적극성이 결여된 수비는 끈끈함이 사라졌다. 총체적인 난국 속에 박 감독의 위기대처 능력도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팀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박종천 감독의 입지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박 감독은 2005년 LG 감독 시절에도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한 시즌 만에 사퇴한 경력이 있다.

전자랜드는 최근 몇 년간 감독들의 무덤이었다.

2004년 유재학 감독이 모비스로 팀을 옮긴 후, 박수교 감독은 감독과 단장으로 팀의 2년 연속 꼴찌를 막지 못했고, 제이 험프리스는 최초의 외국인 감독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역대 최단명 감독이라는 불명예도 함께 세웠다. 최희암 감독은 그나마 3년 임기를 채웠지만 역시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공교롭게도 박수교-최희암-박종천 감독은 이전 소속팀에서 부진한 성적으로 경질됐던 지도자들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보통 새로운 감독을 선임할 경우, 이전 소속팀에서 성적이나 능력이 확실히 검증되거나, 아니면 가능성 있는 젊은 지도자를 선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전자랜드의 총체적 난국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데일리안 = 이준목 기자]
데일리안 스포츠 편집 김태훈 기자 [ ktwsc28@dailia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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