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46) 울산 모비스 감독이 4일 인천 전자랜드를 꺾고 정규리그 300승 고지에 올라섰다. 13년 역사의 프로농구에서 300승 고지는 2007년 신선우 전 LG 감독(334승245패) 에 이어 두 번째이자, 역대 최연소(46세 7개월 15일) 기록이다. 유재학 감독은 정규리그 통산 576경기를 치러서 300승 276패를 기록중이다.
유재학 감독의 최연소 300승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유재학 감독은 프로농구 원년부터 지금까지 코치와 감독으로 13번의 시즌을 모두 개근하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하루 하루가 전쟁같은 승부의 세계에서 매시즌 성적에 대한 부담과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것도 대단하지만, 항상 전력상 약체로 꼽히는 팀을 이끌고도 꾸준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더욱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경복고와 연세대를 졸업하고 실업 기아자동차에 입단하며 일찍부터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정상급 포인트가드로 명성을 떨쳤던 유재학 감독은, 고질적인 부상으로 28세의 젊은 나이에 현역에서 은퇴하며 일찍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다.
93년부터 모교인 연세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유재학 감독은 97년 대우증권(현 전자랜드)의 초대 코치로 프로무대에 발을 들였고, 98~99시즌에는 마침내 프로농구 최연소 감독으로 승격되었다. 이후 대우가 신세기 빅스에서 전자랜드로 팀명을 바꾸는 6시즌동안 지휘봉을 잡았으며, 지난 2004년부터는 현역 시절 활약했던 기아의 후신인 울산 모비스로 팀을 옮겨 올해로 다시 여섯 시즌째 지휘봉을 잡고 있다. 맡고있는 팀마다 장수하면서 이제껏 한번도 경질된다는 적이 없다는 사실이, 유재학 감독의 능력을 입증한다.
여기서 유재학 감독은 특이하게도 KCC 허재 감독과 더불어 현역 지도자 중 1위(2007년 모비스)와 꼴찌(2000년 신세기 빅스)를 모두 체험한 유이한 감독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만큼 젊은 시절부터 산전수전을 다 겪은 풍부한 경험은 유재학 감독의 지도자 생활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 현역 시절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후배 허재 감독이 선수와 감독으로서 항상 뛰어난 멤버들과 함께하며 선수복이 넘쳤던 것과 비교할 때, 유재학 감독의 지도자 생활은 그리 평탄하지 않았다.
유재학 감독이 프로 첫 지휘봉을 잡았던 대우는 아직 신생팀에 불과했고, 모비스는 기아 시절의 추억을 잃어버린 채 리빌딩의 기로에 놓여있던 약체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유재학 감독은 전력상 이름값이 떨어지는 무명 선수나 한물간 노장, 혹은 미완의 대기들을 조련하여 매번 약체팀을 강호로 끌어올리는 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다.
지도자 데뷔 첫해, 약체로 꼽히던 대우를 27승18패로 정규리그 3위에 올려놓은 것을 비롯하여 03~04시즌에는 다시 전자랜드를 4강에 올려놓는 기염을 토했다. 이것은 전자랜드의 역대 최고 성적이며 이 시즌을 끝으로 유재학 감독이 물러난 이후 전자랜드는 다시 4강 고지에 올라보지못했다.
모비스에서 유재학 감독은 지도자로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어느 정도 팀재건의 기틀을 마련해놓은 전자랜드를 떠나 꼴찌 후보로 꼽히던 모비스의 지휘봉을 전격적으로 잡은 유재학 감독은, 지난 5시즌동안 3차례의 정규시즌 우승과 1차례의 플레이오프 우승을 일궈내며 일약 명장의 반열에 올라섰다.
당시만 해도 미완의 대기였던 양동근 정도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스타 플레이어 한명 없던 팀을, 유재학 감독은 탄탄한 조직력과 끈끈한 수비를 앞세워 리그 최강팀으로 이끌었다. 운동능력과 혈기만 앞세운 야생마같던 김효범을 3년의 시간을 거쳐 리그 정상급 슈팅가드로 키워낸 것을 비롯하여, 김동우, 이병석, 이창수, 우지원, 천대현, 김현중, 박구영 등 수많은 선수들이 유재학 감독의 지휘 아래서 농구에 새롭게 눈을 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 선수 선발에 있어서도 탁월한 안목을 발휘한 유재학 감독은 크리스 윌리엄스, 브라이언 던스턴처럼 단순히 개인능력만 앞세운 것이 아니라, 팀플레이와 조직력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고 한국농구의 색깔에 걸맞은 이타적인 선수들을 영입해 팀 전력을 극대화시켰다. 유재학 감독의 팀은 지금도 국내선수와 외국인 선수 간 역할분담과 조화가 국내 10개구단 중 가장 이상적인 팀으로 꼽힌다.
특히 양동근과 김동우의 군입대로 전력이 약화되었던 지난 08~09시즌에는 KBL 규정샐러리캡에도 못 미치는 무명 선수들을 이끌고 일약 정규시즌 1위를 탈환하는 기염을 토하며 또 한번 '유재학 매직'의 진가를 발휘했다.
비록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고도 챔피언전 최초의 스윕(0-4) 패배(2005~2006). 정규시즌 1위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 실패(2008~2009)와 같은 굴욕도 겪었지만, 전력상 약체팀으로 꼽히던 예상을 깨고, 지도하는 팀마다 리그 정상권으로 이끌어내는 지도력은 찬사를 받기 충분했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과감한 전술구사와 다양한 임기응변 능력은 현역 지도자중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재학 감독의 성공은, 프로농구에 이후 전창진, 강을준, 허재, 강동희 등으로 이어지는 40대 젊은 지도자 열풍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할 만하다.
올시즌 5승(4패)을 추가 중인 유재학 감독은 현재 정규시즌 다승 1위인 신선우 전 감독을 34승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신 감독이 현재 2007 LG를 끝으로 지도자 생활에서 물러나 있는 상태라,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이르면 다음 시즌에는 유재학 감독이 신선우 감독마저 제치고 역대 최고의 반열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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