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세계에서 감독은 '파리 목숨'이다. 팀이 잘 나갈 땐 '명장(名將)'으로 칭송받다가도 성적이 곤두박질 치면 금세 패장(敗將)의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그 비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유 감독은 1998~1999시즌부터 지금까지 12시즌 동안 단 한 해도 빠짐없이 지휘봉을 잡으며 300승을 이뤄냈다. 국내 농구 최다승 감독인 신선우 현 KBL(한국농구연맹) 기술위원장(334승)은 2007~2008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났다.
유 감독이 냉혹한 코트에서 해마다 살아남으며 현역 최다승 감독이 될 수 있었던 '장수(長壽)의 비결'은 뭘까.
프로 12시즌 동안 유 감독의 성적만 보면 모비스로 옮기기 전까지는 무척 평범했다. 대우-신세기-SK-전자랜드 시절 팀을 4차례 6강 플레이오프에 올렸지만, 2003~2004시즌의 4강 진출을 빼고는 모두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그 때문에 그에게는 "전력이 약한 팀을 데리고 선전했다"는 평가와 "포스트 시즌에 약하다"는 비판이 함께 따라다녔다.
유 감독이 '명장' 반열에 오른 것은 2004~2005시즌 모비스로 옮기면서부터다. 모비스를 맡은 첫 시즌엔 10개 팀 중 9위에 그쳤지만, 이후 4시즌 동안 3차례나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던 모비스를 정규리그 1위로 끌어올렸다. 2006~2007시즌에는 처음 통합챔피언의 영광도 맛봤다. 모비스가 팀 연봉 상한선에 훨씬 못 미치는 60% 정도의 연봉만 쓰면서도 '저비용 고효율'의 팀으로 자리 잡은 데엔 유 감독만의 비결이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유 감독은 곱상한 외모와 달리 '호랑이 감독'으로 소문나 있다. 몸을 사리는 선수에게 거침없이 '육두문자'도 날린다. "감독님 웃는 얼굴 한 번도 못 봤다"는 선수도 있다. 현재 스타로 자리 잡은 양동근·김동우·김효범 등은 유 감독의 혹독한 조련을 거친 선수들이다.
유 감독의 '핏대'는 급한 성격보다는 '원칙주의자'의 기질과 관련이 있다. 스타급 선수도 유 감독이 생각하는 기준에 못 미치면 예외 없이 곧바로 벤치로 불러들인다. 폭탄주가 몇 순배로 돌아가는 술자리에서도 모든 사람이 예외 없이 똑같은 양의 술을 마셔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승리의 공을 늘 선수들에게 돌리고,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스타일은 그의 리더십을 탄탄하게 만드는 비결 중 하나이다. 대우 제우스 감독 시절 자신과 함께했던 임근배 코치와 지금도 호흡을 맞추고 있다. 선수들도 노력한 만큼 기회를 주는 유 감독을 전적으로 믿고 따른다.
물론 유 감독의 리더십이 이런 우직함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유 감독의 별명은 '만수(萬數)'다. 전술이 다양해 '만 가지 수'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선수 시절부터 냉정한 경기 운영과 자로 잰 듯한 어시스트, 정확한 외곽포 등 삼박자를 다 갖춘 명 가드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이런 일관성 있는 원칙과 전술적 능력에다 나서지 않는 성격이다 보니 구단의 신뢰도 두터운 편이다. 유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꾸준하게 감독생활을 오래해서 300승이란 영광에 도달한 것 같다"며 "지금까지 11명의 단장님을 모셨는데 그분들이 나를 믿어줬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유 감독은 300승 고지에 올라서면서도 여전히 올 시즌 현재 성적(5승4패)이 불만이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막판 집중력 부족으로 내주는 경우가 많다"며 "선수들이 나태해진 것 같다. 호되게 채찍질을 해야겠다"는 유 감독이다.
[강호철 기자 jdea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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