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ES 최민규] 성공의 이유는 실패였다.
롯데 홍성흔의 올해 4월은 끔찍했다. 부산팬들의 열화같은 성원 속에 치른 4월 4일 히어로즈와의 개막전에서 홍성흔은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다음 날도 3타수 무안타. 4월 10일에서 18일까지 8경기에서 쳐낸 안타는 여섯 개 뿐이었다. 4월 타율은 2할2푼6리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허벅지 부상으로 4월말부터 보름 가량 결장해야 했다.
당시 홍성흔은 "저만 잘하면 돼요"라는 말을 자주 했다. 웃는 표정이었지만 속으로야 웃었을 리 없다. 같은 프리에이전트(FA) 이적생으로 승승장구하던 이진영이 꿈에 나올 정도였다. 홍성흔은 "내색은 못했지만 정말 힘든 시기였다"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때의 부진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홍성흔은 장거리 타자로의 변신을 꾀했다. 지명타자로 팀에 기여하려면 장타가 많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타격폼이 몸에 맞지 않았다. 공을 치는 타이밍이 좀체 잡히지 않았다. 5월초 김무관 타격 코치가 홍성흔을 찾았다. "처음부터 다시 하자". 장타 스윙을 포기하자는 얘기였다.
그래서 나온 게 '갈매기 타법'이다. 홍성흔은 "행운도 따랐다. 시즌 중 새로 익힌 '갈매기 타법'이 신기할 정도로 맞아 떨어졌다"고 엄밀하게 '타법'이라고 보긴 어렵다. 타격 준비 동작에서 팔을 앞 뒤로 흔드는 동작이 '갈매기 타법'이다. 오른손 타자가 바깥쪽 공을 치려면 왼쪽 어깨가 쉽게 열려선 안 된다. 팔을 흔드는 선 '왼쪽에 벽이 있다'는 감각을 주기 위한 준비 동작이다.
시련을 이긴 결과는 타율 3할7푼1리였다.
타격왕 LG 박용택(0.372) 다음으로 높은 기록. 공교롭게도 롯데의 팀 역대 최고 타율 기록이 올해 1999년 마해영의 3할7푼2리다. 홍성흔은 "0.372라는 숫자를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도전해야 할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최민규 기자 [didofid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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