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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톱스타들의 잇단 일본진출, 어떻게 봐야할까

[태터앤미디어 ] 2009년 11월 25일(수) 오전 11:22

[야구타임스 | 이준목] 한국야구가 오랜만에 해외 진출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올해만 FA 최대어 1,2위로 꼽혔던 김태균(지바 롯데)과 이범호(소프트뱅크 호크스)가 모두 일본 진출에 성공했다.

계약조건도 기대 이상이었다. 김태균이 롯데와 3년 계약에 계약금 1억 엔, 연봉 1억5000만 엔에 인센티브를 합쳐 총 7억엔을 받게 됐고, 이범호도 계약조건은 2+1년에 연봉과 옵션을 합쳐 최대 5억엔(약 6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도 당당히 상위 클래스에 속하는 대우다.

이로서 기존의 이승엽(요미우리), 임창용-이혜천(야쿠르트)에 이어 내년 시즌부터 일본 무대를 누비는 한국 프로야구 출신 선수만 무려 5명이나 된다. 선동열-이종범-이상훈의 3인방이 주니치의 센트럴리그 우승을 합작했던 99년 이후 최대의 한류 돌풍이 다음 시즌 일본야구를 강타할 조짐이다.

▲ 해외진출, 모험보다는 안정?

이처럼 국내 실력파 선수들의 잇단 해외 진출 러시를 어떻게 봐야할까. 한국야구는 90년대 중후반에도 해외진출 붐이 일어났던 적이 있었다. 당시 한국 선수들의 초점은 메이저리그였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의 성공 신화 이후, 김병현, 조진호, 서재응, 김선우, 봉중근, 최희섭 같은 선수들이 연이어 미국 무대에 도전했다. 대부분 국내 프로무대를 거치기보다는, 어린 시절부터 잠재력을 인정받은 유망주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패기와 열정으로 미지의 대륙에 도전장을 던졌다.

반면 최근의 해외진출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검증을 마친 실력파 스타들을 중심으로, 미국보다는 일본행이 주류를 이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상훈이나 구대성처럼 일본을 거쳐 미국무대까지 진출하여 한-미-일 야구를 모두 체험한 케이스도 있지만, 최근의 선수들은 미국보다는 일본 진출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다. 단계별 경쟁이 훨씬 치열하고 입지나 처우가 불안정한 미국보다는, 안장적인 대우를 보장하는 일본은 같은 아시아권으로 지리적으로 가깝고 적응하기에도 수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범호나 이혜천은 국내 무대에서도 수준급 기량을 발휘했지만, 선동열이나 이승엽처럼 톱클래스로 꼽기에는 무리가 있는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이들도 국내 프로팀에서 받던 몇 배 이상의 좋은 대우를 보장받으면서 일본에 진출하는 선례를 남겼다. 해외진출 자격조건을 갖춘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단순히 돈이 전부는 아니다. 임창용은 어떠했는가. 그는 일본 진출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무대에서 사실상 한물갔다는 평가까지 받았던 선수였다. 그러나 그는 일본에 가봐야 별 볼 일 없을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2년 만에 야쿠르트의 주전 마무리이자 리그에서 손꼽히는 정상급 스토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본인의 노력과 재능도 중요하지만, 국내 무대에서와 달리 소속팀의 철저한 관리와 보호를 받으며 자신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아직까지 한국보다 한수 위로 꼽히는 일본의 야구 환경이나 문화를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는 도전욕구도 국내 선수들의 일본 진출을 자극하는 이유다.

▲ 한→일→미. 국제대회가 바꾸어놓은 선수 이동의 먹이 사슬

또한 인프라적인 측면에서는 한국보다 우위에 있지만, 적어도 야구 수준에 있어서는 이제 그 격차가 크지 않다는 자신감도 국내 선수들이 일본행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는 지난 베이징올림픽과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에서 한국이 일본을 상대로 보여준 활약이 큰 영향을 미쳤다.

90년대만 해도 한국과 일본 간의 수준차이는 명백했다. 한일슈퍼게임이나 각종 국제무대에서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오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WBC, 아시아시리즈 같은 굵직한 국제대항전에서 한국 선수들은 이제 일본의 최정예 1진을 상대로도 대등하거나 혹은 우세한 경기를 펼치며 자신감을 얻었다. 이점은 일본 야구도 한국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올해 일본 진출에 성공한 김태균과 이범호가 나란히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역시 지난 3월에 열린 제2회 WBC에서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김태균은 WBC에서 .345의 타율과 3홈런 11타점, 이범호는 타율 .400 3홈런 7타점을 기록하며 한국의 준우승에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다. 특히 한일전만 무려 5번이나 치렀던 이 대회에서, 두 선수는 유난히 일본 에이스들에게 강한 면모를 과시하며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계약 과정에서 일본 측 관계자들은 이들의 영입배경에 대하여 이구동성으로 WBC에서의 활약을 언급했다. 만일 지난 WBC에서의 활약이 없었더라면 이들이 올해 FA가 되었더라도 그토록 좋은 대우를 받으며 일본진출에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 공교롭게도 이들은 이전까지만 해도 태극마크와 인연이 별로 없는 선수들이기도 했다.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한 번의 굵직한 활약들이 이들의 야구인생을 바꾸어놓은 셈이다.

일본의 입장에서도 한국 야구는 선수수급에 관한 새로운 블루오션이나 다름없었다. 보통 ‘용병’이라고 한다면 흔히 힘이 좋고 체격조건이 뛰어난 북중미의 선수들을 연상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국제대회를 통하여 한국의 국가대표급 스타라면 일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인식이 뿌리내리게 되었다.

외국인 선수를 4인 보유(1군 등록 기준)-3인 출전이 가능한 일본은 외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와 활용 폭이 한국보다 넓다. 여기에 한국은 이웃나라로서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야구 스타일이나 문화적으로도 위화감이 적다. 개인플레이에 치중하는 서구 선수들에 비하여, 팀플레이를 강조하고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나 단체생활 문화에 익숙한 한국 선수들이 일본 야구문화에 대한 적응에 더 용이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 일본은 오히려 스타 선수들이 끊임없이 메이저리그로 빠져나가는 현상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마쓰이와 이치로, 마쓰자카 등 이미 미국무대에서도 정상급 스타로 올라선 선수들을 비롯해, 리그의 톱클래스 선수들이 매년 일본을 떠나 미국진출을 꽤하고 있다.

이러한 특급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방편의 일환으로, 일본은 자연히 어느 정도 능력이 검증된 한국선수들에게 대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 무대를 찾는 일본 스카우트들이 해마다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은 단지 FA를 앞둔 프로야구 스타들만이 아니라 아마야구 유망주들에 대한 정보도 줄줄이 꿰고 있을 정도로 한국야구에 대하여 해박하다.

▲ '야구 교류' 혹은 '시장 혼란', 일본 진출의 두 얼굴

이러한 일본 진출 러시는 긍정과 부정의 두 가지 시각이 공존한다. 우선 긍정적인 면으로는 한일 야구 교류의 활성화를 통한 시장 확대를 꼽을 수 있다. 한국 선수들이 정상급 대우를 받으며 일본 무대에 진출하여 그 실력을 인정받는 것은 한국야구의 국제적인 위상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모두 고무적인 일이다.

선수만이 아니라 지도자들이 일본으로 연수를 받으러 떠나는 경우도 많은 상황에서, 심지어 국내 무대에서 활약하던 일본인 코치들이 다시 일본 프로팀의 러브콜을 받아서 유턴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양국의 야구 교류가 점점 활발해지고 있는데서 나오는 현상이다.

또한 일본무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선진 인프라를 체험하고 돌아온 야구인들이 국내 무대에서 노하우를 전수하며 한국야구의 수준을 높이는 것을 기대할 수도 있다. 양국의 활발한 야구 교류를 통하여 다양한 부가가치의 창출과 시장의 국제화가 점점 현실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봐야할 것은 한국야구가 스타 선수들의 유출로 일본야구에 일방적으로 선수를 공급하는 하부리그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자본의 먹이사슬에 따라 한국은 일본에, 일본은 미국으로 자국의 스타 선수들을 계속해서 빼앗긴다. 이런 상황이 거듭될수록 상대적으로 시장 경쟁에서 가장 열세에 놓여있는 한국으로서는 스타 선수들이 계속 해외로 유출되며 국내 야구가 위축될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단순히 경제적 역학관계를 떠나 한국야구만의 전통과 역사를 수립하는데 있어서도 악영향을 미친다. 검증된 스타선수들이 해외진출 자격조건을 채우면 모두 떠난다고 생각해보자. 송진우같이 한 팀에서만 20년 이상을 뛰고, 한국프로야구사의 새로운 대기록을 수립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는 점점 사라질 것이다. 인위적으로 선수들의 해외진출이나 직장선택의 자유를 막을 수는 없지만, 해외진출 규정의 정비나 보상제도의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한편으로 단지 해외진출을 떠나 국내 스타급 선수들의 ‘일본 무대 편향’도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대목이다. 선수들의 목표의식이 점점 ‘도전의식’보다는 ‘안정’과 ‘조건’에 치우치면서 위험부담이 큰 미국진출보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일본 진출을 선언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못내 아쉽다.

박찬호는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오직 꿈 하나만을 가지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숱한 인생역경을 거치며 빅리그 100승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몇 차례나 야구인생을 포기할 고비가 있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단지 돈이나 현실적인 이익만을 생각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일본에서의 안정된 생활을 포기하고 늦은 나이에 미국무대 도전장을 던진 이상훈이나 구대성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박찬호가 처음 미국무대를 개척한 뒤 15년이 흘러 어느덧 노장이 되었지만, 추신수 정도를 제외하면 여전히 빅리그에서 그의 뒤를 이을만한 선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부분이 아닐까.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지바 롯데 마린스, 한화 이글스]

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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