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를 벗고 '진지'함을 입은 송은범(25)이 담담하게 2009시즌을 돌아봤다.
지난 5일 문학구장에서 보강훈련을 마친 후 검진을 위해 병원을 나서던 송은범은 올해를 "아쉽다"고 자평했다. 눈앞에 뒀던 팀의 한국시리즈 3연패 달성이 꼭 자기 때문에 실패한 것 같다는 자책에서 나온 말이다.
송은범은 올 시즌 31경기(선발 29경기)에 나와 팀내 가장 많은 149⅓이닝을 소화했다. 12승(3패) 평균자책점 3.13으로 다승과 평균자책점에서 각각 공동 9위와 4위에 올라 제 몫을 다했다. 무엇보다 구멍난 SK 선발진에서 첫 풀시즌을 치러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 할 만하다. 특히 에이스 김광현이 빠진 마운드에서 로테이션을 거의 지켰다는 점은 더욱 높은 평가가 주어지고 있다.
단지 시즌 막판 어깨 통증으로 급격하게 페이스가 떨어졌고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 기간 동안 재활에 전념한 송은범은 외부와 연락을 끊을만큼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시즌 내내 잘해왔지만 정작 팀이 필요로 할 때는 자신의 어깨가 힘이 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억눌렀다. 팀이 한국시리즈까지 오르며 두 번이나 가을무대를 밟을 기회가 왔고 기대 이상의 피칭을 선보였다. 하지만 우승이라는 열매를 따는데 실패했다.
송은범은 "팀이 우승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잘했다. 잘못했다'고 하는 평가 자체를 할 수 없다. 모든 평가는 팀의 성적에 우선한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첫 풀시즌이라는 점에서 내가 목표했던 것은 이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욕심이 끝이 없더라"며 12승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송은범은 "보통 사람들은 시즌 막판을 더 많이 기억하지 않는가. 초반에 아무리 잘해도 마지막에 잘하는 선수를 더 기억하는 것 같다"고 마지막에 도움이 되지 못한 부분을 떠올렸다.
송은범은 또 하나 아쉬움을 전했다. "내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나는 마무리 캠프에 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그는 "새롭게 연구한 구질의 감을 캠프에서 확실하게 잡아야 하는데"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송은범은 지난 6월 17일 목동 히어로즈전에서 중간중간 아프던 팔이 본격적으로 아팠다. 당시 송은범은 66개만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가야 했다. 가장 먼저 눈치를 챈 것은 역시 포수 박경완이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송은범은 "경완 선배가 올라오더니 '너 아프지?' 그러는거다. 그런데 나는 '아니다'고 시치미를 뗐다. 코치님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물었지만 '괜찮다'고 버텼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송은범은 통증을 숨긴 채 거짓말을 했을까.
이에 송은범은 "숨기려고 했다기보다 야구가 하고 싶었을 뿐이다"고 답했다. 그는 "신기했다. 힘으로만 던지다가 팔이 아프니 어떻게 이닝을 마쳐야 할까 고민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완급조절이 필요했고 타자에게 타이밍만 안맞히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중심타자가 아니면 어차피 큰 것을 허용할 확률이 적었고 중심에만 안맞히면 되겠다 싶었다. 밀어쳐서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가 적다는 것도 계산에 넣었다"면서 "그러다보니 타자를 상대하는 것이 재미가 있었다"고 살짝 미소를 띄웠다.
어깨 통증은 올 시즌 송은범에게 분명 악재였다. 그러나 송은범은 이를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내년 시즌 스스로 한층 업그레이드 되겠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송은범은 "이제 내가 견딜 수 있는 아픔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게 됐다. 아픈 상태에서도 타자를 상대할 줄 알게 됐고 꼭 직구가 아니라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흡족한 모습이다.
또 "전에도 어렴풋이 알긴 했지만 올해는 박경완 선배가 왜 그런 볼배합을 요구하는지 이유를 좀더 확실하게 알게 됐다"며 "공이 사인대로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가 없더라. 잘못 던진 공에서도 그 의미를 하나씩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앞에 던진 공이 나빠도 그것을 오히려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층 성숙하고 발전한 송은범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말이기도 했다.
보강훈련으로 스프링캠프까지 어깨를 완전하게 만든다는 목표를 세운 송은범은 "내년 시즌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힐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letmeout@osen.co.kr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2판 발행 ☞ 신문보기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제보및 보도자료 osenstar@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자중계
판타지 유럽축구





















